안녕하세요. 오랫동안 한국조폐공사의 주화와 기념메달을 하나둘 모아온 평범한 수집가입니다.
처음 수집을 시작한 것이 1982년 500원 지폐가 동전으로 전환됐을 때부터였으니, 어느덧 33년 남짓한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부터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새로 나온 500원 동전 하나가 마음에 들어 소장하게 되었고, 그 뒤로 지폐, 주화, 기념메달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집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1. 화폐에 대한 관심의 시작 - 한국의 옛 지폐부터 세계 화폐까지
[사진 1. 추억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화폐 컬렉션]

처음에는 그저 동전의 반짝이는 모습과 사라져 가는 지폐에 대한 희소성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둘 모으다 보니 제품마다 담긴 의미가 눈에 들어오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기념메달에도 관심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주화에서 시작한 수집이 세계 화폐와 귀금속 제품, 예술 액자에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오랜 시간입니다. 그동안 세상도 많이 변했고, 저 역시 나이를 먹어 어느덧 50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고, 마음에 드는 수집품을 손에 넣으면 한동안 들여다보는 즐거움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조폐공사 창립 75주년 행사를 계기로 평소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수집품들을 오랜만에 꺼내 보았습니다. 막상 한자리에 펼쳐 놓으니 생각보다 양이 많아 저 자신도 조금 놀랐습니다. 하나씩 모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지난 세월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동안 특별히 누구에게 자랑하거나 보여줄 기회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 나름대로 아끼고 정성을 들여온 수집품들과 그 속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합니다.
2. 해마다 한 장씩 쌓여온 시간의 기록 - 기념화폐와 연결형 지폐
[사진 2. 연도별 주화 세트, 기념주화, 연결형 지폐와 전지은행권]

제 수집의 출발점이자 지금도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역시 주화 세트입니다.
2001년, 2012년, 2025년…… 연도가 적힌 상자들을 차례로 늘어놓고 보고 있으면 마치 오래된 앨범을 넘기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해마다 포장 디자인도 다르고, 그 안에 담긴 주화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화 세트에 적힌 연도를 보고 있으면 동전보다 그 시절의 제 모습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해에는 무슨 일로 바빴는지, 그 무렵에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 희미해진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나곤 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주화를 볼 때면 온 나라가 축구 열기로 들썩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독도와 관련된 수집품을 마주하면 우리 땅과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요. 작은 주화 하나가 그 시대의 분위기와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습니다.
연결형 지폐와 전지은행권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수집품입니다. 평소 지갑 속에서 익숙하게 보던 지폐가 여러 장 이어져 있거나 커다란 인쇄 형태로 담겨 있는 모습은 일반적인 화폐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길게 말려 있는 전지은행권 롤은 처음 접했을 때부터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관 상태를 생각해 자주 펼쳐보지는 않지만, 가끔 꺼내어 살펴보면 평범한 지폐도 이렇게 특별한 수집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래된 동전이나 지폐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해의 기억을 다시 꺼내 볼 수 있게 해주는 작은 기록물들입니다.
돈은 쓰면 사라지지만, 이렇게 간직한 화폐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제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3. 작은 메달에 담긴 우리 역사와 문화 - 기념메달
[사진 3. 태극기 사각 은메달 15종 세트, 훈민정음 언해본 메달, 군마도 등]

수집을 이어오면서 주화 못지않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기념메달입니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문양과 정교한 세공에 끌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메달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태극기 사각 은메달 15종 세트'는 유독 애착이 가는 수집품입니다.
태극기라고 하면 늘 익숙한 모습만 떠올리기 마련인데, 여러 시대의 태극기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면 문양과 형태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태극기에도 긴 세월과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작은 은메달 하나하나에 태극기의 모습을 새겨 놓았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여러 개를 나란히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우리나라의 지난 역사를 조금씩 들여다보는 듯합니다.
'훈민정음 언해본 메달' 역시 제가 아끼는 제품입니다. 우리 글의 소중함이야 누구나 알고 있지만, 훈민정음의 글자와 문양이 금속 위에 정교하게 표현된 모습을 직접 마주하면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책이나 사진으로 접하던 문화유산을 이렇게 작은 메달에 담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군마도처럼 우리 전통 회화를 소재로 한 메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말의 움직임이나 인물의 옷자락, 작은 선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조폐공사의 기술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보관함에서 꺼내어 문양을 찬찬히 살펴보곤 합니다. 처음에는 전체적인 모습만 눈에 들어오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부분들이 보입니다. 그런 것을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생각해 보면 수집이라는 취미가 참 고맙기도 합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역사적 사건이나 문화유산도 기념메달을 통해 다시 찾아보게 되니까요. 좋아하는 물건을 모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공부하게 되고, 그 뜻을 알고 나면 물건에 대한 애정도 더 깊어집니다.
제게 기념메달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나게 해주는 작은 창과도 같습니다.
4. 손안에서 느끼는 또 다른 아름다움 - 골드바와 실버바
[사진 4. 오롯 골드바, 항아리에 담긴 황금돼지, 호랑이 실버바, 별자리 메달 등]

골드바와 실버바는 주화나 기념메달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금과 은이라는 귀금속 자체의 가치도 있겠지만, 제가 이 제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세공과 디자인의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호랑이 문양이 들어간 실버바는 볼 때마다 눈길이 갑니다. 힘찬 호랑이의 모습과 세밀하게 표현된 털의 결, 주변 문양들이 어우러져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줍니다.
빛을 정면으로 받을 때와 비스듬히 받을 때 드러나는 무늬가 다르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입체감과 섬세함이 실물을 마주하면 한층 더 잘 드러납니다.
오롯 골드바와 별자리 메달 등도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단정하고 깔끔한 멋이 있고, 어떤 것은 화려한 문양과 세공이 돋보입니다. 같은 금속으로 만든 제품이라도 디자인에 따라 이렇게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가끔 보관함에서 꺼내어 손에 올려보고, 보호 케이스 너머로 결을 살피며 빛에 비춰보는 시간이 저에게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즐거움이 되어주곤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조용한 시간이 더 좋아집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도 잠시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수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금속으로 만든 작은 물건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하나하나 고르고 기다려서 손에 넣은 기억이 있습니다.
금과 은의 가격은 세월에 따라 오르내리겠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을 처음 손에 넣었을 때 느꼈던 기쁨만큼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5. 화폐에서 시작해 예술로 넓어진 관심 - 화폐굿즈와 아트 액자
[사진 5. 이중섭의 황소, 신윤복의 미인도, 클림트의 키스, 안중근 의사 유묵 등]

오랫동안 수집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까지 관심이 넓어졌습니다. 바로 조폐공사의 인쇄 기술을 활용한 화폐굿즈와 예술 액자입니다.
처음 주화 세트를 모을 때만 해도 제가 그림 액자까지 수집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중섭의 황소나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클림트의 키스 같은 작품들이 조폐공사의 기술을 통해 새롭게 표현된 모습을 보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더군요.
특히 이중섭의 황소는 볼 때마다 한참 시선이 머무는 작품입니다. 거칠고 힘찬 선으로 그려진 황소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림 속에서 어떤 기운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반면 신윤복의 미인도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차분한 인물의 모습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옷자락의 선을 보고 있으면 옛 그림 특유의 단아한 멋이 느껴집니다.
클림트의 키스는 화려한 색채와 무늬가 눈길을 끕니다. 같은 그림이라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이렇게 다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처럼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작품도 있습니다. 이런 수집품은 단순히 보기 좋은 장식품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뜻을 오래도록 되새기고 싶은 마음으로 간직하게 됩니다.
액자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세밀한 선과 무늬를 살펴보다가, 조금 떨어져서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곤 합니다.
화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정교한 기술이 이렇게 예술 작품과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된다는 점이 참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제 취미가 이렇게 조금씩 넓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동전이 좋아 시작한 수집이었는데, 이제는 역사와 문화유산을 찾아보고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수집품이 하나씩 늘어나는 동안, 제가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세상도 조금씩 넓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수집품들을 정리하면서 제가 참 오랫동안 이 취미를 이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주화 세트를 구입했을 때는 이렇게 많은 물건을 모으게 될 줄 몰랐습니다. 그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구입하고, 잘 보관해 두었다가 가끔 꺼내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수집품이 많아지면서 관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은으로 된 제품은 변색이 걱정되고, 지폐나 종이 포장재는 습기가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보관함에 제습제를 넣어두고 주기적으로 교체합니다. 상자가 상하지 않도록 완충재로 감싸 놓은 제품도 많습니다.
한 번 정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만, 오래전에 구입한 물건들을 다시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번에 사진을 찍으려고 모두 꺼내 놓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정리하느라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했습니다.
33년 넘게 수집을 하면서 특별한 목표를 정해 놓고 모은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물건들을 제 형편에 맞게 구입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조폐공사 창립 75주년을 맞아 이렇게 제 수집품을 소개할 기회가 생겨 반갑습니다. 평소 혼자 간직하던 물건들을 다른 분들께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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