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수집] 우표와 LP를 지나, 이제는 시대의 기록을 모읍니다.

저는 원래부터 무언가를 하나씩 모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처음 수집의 재미를 알게 된 것은 우표였습니다.

작은 종이 한 장 안에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 풍경이 담겨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같은 우표라도 발행된 시기와 주제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 뒤로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수집품으로 넓어졌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아이유 LP를 모으기도 했고, 게임 한정판이나 기념품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들도 하나씩 소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좋아한 수집품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비싸거나 희귀한 물건보다는, “이걸 보면 그때가 떠오르는 물건”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최근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한국조폐공사의 제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정교한 디자인과 금속 특유의 묵직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반적인 기념품과는 조금 다른 느낌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알아볼수록 더 재미있는 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조폐공사의 제품에는 단순히 디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문화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조폐공사 수집품이 된 것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기념주화 2종 세트’였습니다.

세계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인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그 순간이 실제 기념주화로 남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표를 처음 모을 때 느꼈던 감정과 조금 비슷했습니다.

“지금은 작은 수집품 하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물건이 그 시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선택한 것은 ‘디아블로 30주년 기념 은메달’이었습니다.

평소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디아블로라는 익숙한 이름이 한국조폐공사 제품으로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굿즈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순은 소재와 한정된 발행량, 정교한 제작기술, 그리고 30주년이라는 시간이 하나의 메달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유네스코 기념주화가 역사와 문화유산을 기록한 제품이었다면, 디아블로 은메달은 제가 살아온 시대의 대중문화와 게임의 한 장면을 기록한 제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제품을 계기로 조폐공사 제품을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로 만난 제품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돈명태’였습니다.

처음 사진을 봤을 때는 솔직히 웃음부터 났습니다.

기념주화나 은메달처럼 조금은 진지한 제품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명태에 복과 재물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실제 화폐 부산물까지 활용했다는 발상이 재미있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참 조폐공사다운 제품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을 만드는 기관이 폐화폐를 그냥 버리지 않고 새로운 물건으로 다시 만들고, 여기에 우리 생활 속에서 이어져 온 복과 무탈을 기원하는 의미까지 더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컬렉션 안에서 돈명태는 가장 유쾌한 제품입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한글날 100돌 기념 은메달’을 선택했습니다.

이 제품을 보면서 제가 앞으로 어떤 제품을 모으고 싶은지가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한글날 100돌이라는 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한글은 매일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서 오히려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100돌이라는 시간을 기념한 메달을 보면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글자가 얼마나 특별한 문화유산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시작해,
디아블로를 만나고,
돈명태의 재미를 발견하고,
한글날 100돌까지.

지금 제 조폐공사 컬렉션은 네 종류뿐입니다.

오랫동안 수집해 온 분들과 비교하면 정말 작은 시작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 이 모습이 좋습니다.

몇 년 뒤 수집품이 더 많아졌을 때도,
“내 조폐공사 컬렉션은 이 네 가지에서 시작했구나.”
라고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예전에 모았던 우표와 LP, 그리고 지금 모으기 시작한 조폐공사 제품은 전혀 다른 물건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표에는 그 시대의 모습이,
LP에는 그 시절의 음악이,
게임 한정판에는 즐겼던 문화가,
기념주화와 메달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역사와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결국 저는 물건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을 모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새로운 조폐공사 제품을 볼 때는 가격보다 먼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이 제품이 만들어졌을까?”

“이 제품은 지금의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있을까?”

“10년, 20년 뒤에 이걸 다시 보면 오늘이 떠오를까?”

아직은 이제 막 시작한 새싹 수집가입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모으고 싶습니다.

유명하거나 비싼 제품만 찾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이야기가 남아 있을 것 같은 제품을 골라 제 컬렉션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제 수집품을 보며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빠, 이건 왜 모았어?”

그때 단순히 얼마에 샀는지, 얼마나 희귀한지를 이야기하기보다,

유네스코는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
한글날 100돌은 어떤 의미였는지,



왜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30년 동안 사랑받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왜 명태에 복과 무탈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는지,

그 물건 안에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모으는 것은 작은 주화와 메달 몇 개이지만,
나중에 남게 되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조폐공사 창립 7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 역시 올해 시작한 작은 컬렉션을 오래 이어가며,
앞으로 조폐공사가 만들어갈 새로운 시대의 기록들을 하나씩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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